퇴직 발령 후 D+2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야 할 것들
- C++
- 운동 1시간, 수학 1시간, 코딩 1시간
- 중간고사준비
헤어짐
큰 기업의 퇴직 절차란게 단순하지가 않다. 요청받은 서류들, 반납해야 할 것들, 시스템 정리부터 인수인계사항들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업무 진행사항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나가는 것이 얼추 허락되어진다.
누군가 쓸지, 아니면 버려질지 모르는 컴퓨터의 자료를 뒤지다보니 십수년전 같이 어울렸던 선배동료들의 사진들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다 하니 3GB가 넘는 자료들이었다. 사내 클라우드에 올리고 공유링크를 전송하니, 오래간만에 오는 연락들이 있다. 그렇게 추억이 방울방울 맺혀진다.
미처 마무리 하지 못한 작은 하나를 위해 목요일 협력업체에 연락하고, 나오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던 금요일, 남들은 모두 야유회를 위해 놀러 나간 그 사무실에서 마지막을 둘러본다. 마우스는 이미 누가 가져갔고, 그 외에 누군가 챙겨간 것들이 더 있어 보이지만 이제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어련히 가져갔겠지. 이젠 내 것이 아니다. 대부분 내돈내산이지만.
일하며 도움받았던 업체 세군데에 퇴직인사를 드렸고, 그중 한 곳에서 마지막 인사를 오셨다. 마곡에서 일을 정리하고 가산으로 넘어가 커피 한잔을 얻어 마시며 근황을 늘어놓고 인사를 드렸다. 여러모로 감사한분들이다. 이제 아무런 힘 없는 사람에게 일산과 안양에서 찾아와 인사까지 해 주시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렇게 15년 넘는 세월에 마지막 점을 찍었다.
늘어짐
이미 학교를 다니고 있었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질 않는다.
내 삶에서 절반 이상의 지분을 가졌던 회사라는 존재가 빠져 나가니, 첫날인 어제부터 묘한 몸살기가 돌기 시작했다. 애써 바뀐 날씨 때문이라고 둘러 보지만 아직 몸이 적응 하지 못했음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같은 산학과제 진행하는 친구들을 보면 저 먼발치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미 주고 받는 대화의 내용이 다르다. 나는 반년을 보냈건만 아직 신입생과 다를바 없다. 저 거리를 쫒아 가야 하는데……
Gap이 커 보이면 마음속에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 원래 내가 잘하는 분야는 따로 있는데 굳이 전공을 바꾸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지난주 교수님에게 근황을 전하니 가장 먼저 걱정하는 부분이 딱 이 부분이었다. 표면적으로 다잡아보고는 있는데, 내가 알아서 길을 찾아 나가야 하다보니 뭔가 막막함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하루 하루, 뭔가 나가암의 빠르기가 나의 몸살처럼 늘어지고 있다. 기분 타는건 이번주까지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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