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란 이름은 늘 불확실성을 달고 온다.
15년 생활의 마침표
해야 할 것들
- Pytorch , 3회차
- 운동 1시간, 수학 1시간, 코딩 1시간
- SLAM 다시 공부하기.
희망퇴직
왠지 내가 대상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설마설마 했지만,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MS사업본부에서 시작한 희망퇴직이 전사로 확대되면서 어쩌면 나도 그 대상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마는, 막상 그 통보를 받으니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다.
회사생활 초반 4년은 정말 어처구니 없을 만큼 헛되게 보냈다. 뭔가 배운 것도 아니었고, 챗바퀴 돌듯 일을 열심히 한것도 아니었다. 꼬여가는 프로젝트에 뒷치닥거리를 위해 일하는 자리는 늘 그렇게 소득이 없이 흘러가는게 맞으리라. 그나마 열심히 했던건 회사내 동아리 활동들, 그리고 여타 다른 취미활동. 아이도 태어났으니 인생의 소득이 없다고는 말은 못하겠지만.
그렇게 한번 꼬이고 나서 만난 직장상사는 정말 최악의 직장상사였다. 그저 개발 아이템이 좋았을 뿐, 뭔가 보고 배울 점도 그닥 없고, 잘되면 자기 덕이요, 못되면 아랫사람 탓하는. 돌이켜 생각해봐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양반이었다. 그나마 그자 스스로 욕심이 충만하던 시절의 프로젝트여서 여튼 저튼 결과는 내놓았지만. 만약 나였다면 그보다 반년은 더 빨리 할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하여간 덕분에 회사생활 커리어가 두번째 꼬여버렸었다. 그 양반이 내 악담을 늘어놓는 바람에 퇴사까지 몰렸으니까. 팀장이 그 양반에게 나와 면담하라고 등떠밀어 면담할 때, 면전에서 나에게 퇴사하는건 어떻겠냐는 말을 했을때 녹취를 하지 못한것이 여전히 한이다.
덕분에 그 다음 맡게 된 프로젝트는 정말 뼈를 불살라가며 일했다. 겨울 새벽녘 실험실 찬바닥에서 자는게 싫어 회의실 바닥에 누어 잤을 정도로. 정말 온몸이 가루가 되도록 일했던 듯 싶다. 덕분에 많이 배웠고, 많이 늘었고, 덩달아 인정도 받았다. 사실 회사 내에서 쌓은 자산은 이때 만들어진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렇게 그 프로젝트를 마감하고, 다음 프로젝트를 할때 즈음, MC사업본부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번엔 좀 다른 의미로, 내 앞에 인사적체가 매우 심해졌음을 실감했다. 다른 파트들은 그렇지 않았는데, 유독 하드웨어 파트만 MC출신들이 들어앉아 HA사업본부 업무 스타일을 거슬러서 일하려했고, 그게 나와 많은 마찰을 일으켰다. 덕분에 이렇게 HW 파트에서 SW파트로 옮기게 된 계기를 마련했고.
그때 그 꼬였던 그 타이밍에, 내가 보았을땐 정치적 이유로 순번을 새웠던 그 고과 순서대로 받은 C라는 성적표로 인해… 희망퇴직의 순번이 나에게도 돌아왔다.
셈법
리스트에 들었다 해도 꼭 나가라는 법은 아니다.
대상은 50대 이상. 아니면 3개년도 평균 B이하. 나는 CBB로 딱 컷트라인에 걸려버렸다.
계산기를 몇번을 두들겼는지 모르겠다.
회사를 계속 다녀도 이제 나에게 성과있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그러면 그 돈을 일시불로 받아 박사과정 마무리하고, 취업을 했을때 어떤 조건으로 취업해야 하는가.
의외로, 연봉 7천5백만 넘어주면 기존 회사 다니는것과 큰 차이가 없었음을 알았을때.
자기 의사에 의해 퇴직한다는 의미의 “희망퇴직” 그 희망이란 단어가 가지는 4~5년 후의 불확실성은 정말 무섭긴 하더라. 나이 46, 47세에 취직이 될까?
원래 내 실력에 강단에 서리라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지방 작은 자리라도 욕심을 내어봐야 하는 고민을 하게 한다.
Breaking point
참 인생이란게 정말 묘한 것을 계기로 흘러간다.
만약 내가 그 회사 초년차의 암흑기를 거치지 않았다면 좀더 빨리 성장했을까.
만약 내가 그 미친 직장상사를 만나지 않았다면 좀 더 잘 하고 있었을까.
만약 내가 싫어하는 직장상사가 없었다면 좀 더 높은 자리를 하고 있었을까.
순탄치 않았던 세 번의 허들을 나열해보니. 회사 생활 참 오래 했고. 이젠 접어둘때가 된 것 같다.
무슨 일이건 고비 없는 것이 있겠느냐만. 돌이켜 날 깎아먹었던 횟수가 벌써 세번째 즈음되면….
더는 길게 바라볼 것은 아니지 싶다.
기회 있을때, 다른 흐름에 올라 타보자.
마음을 추스리고. (사실 이게 제일 안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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