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AD
회사생활 15년동안 했었던 Hardware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Hardware의 범주
2010년 2월.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회사에서, 일종의 부서배치 면접을 했던 기억이 있다.
내 전공명이 “메카트로닉스 협동과정”이라는 기괴한(?)이름으로 되어있어, 나는 그대로 “제어팀”에 배정되었다.
제어팀?
정확한 명칭은 “선행제어”였고, 막상 들어가보니 뭔가 제어 기술의 첨단을 연구한다기보단, 그냥 모터 및 관련 어플리캐이션 연구부서였었다.
가만히 살펴보면 내 커리어가 꼬이게 된 첫번째 스텝이었으리라….
팀 내 구성은 회로 설계를 담당하는 인원과, 여기에 들어가는 코딩영역, 즉 펌웨어를 담당하는 인원으로 나뉘어있었다. 간혹 모터의 구조 설계를 하는 인원도 있었지만.
그래서 부서내에서 Hardware 라 말함은 자연스럽게 회로/PCB설계하는 인원을 부른다고 이해하게 되었다. 즉 전기가 들어가면 하드웨어였던 것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모터의 하드웨어를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자연스레 회로부품과 PCB에 이르는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이게 맞겠지…
로보틱스에서 하드웨어란.
여기와서 전공자들이랑 이야기하다보면, 기묘한 현상이 있는데, 각 세부전공별로 범주를 다르게 부르는 경향이 있다.
우선, 로봇 SW/알고리즘 분야 전공자는 자기분야 아니면 전부 하드웨어라 말하는 경향이 있다. 제일 짜친달까. 자기거 아니면 다 남의 것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그 다음 많은 분야는 기구설계/제어역학 관련파트. 이쪽 전공자들은 주로 구조 설계에서부터, 각 파트의 동역학, 제어공학관련 부분까지 설계를 담당하는데, 여기서 하드웨어라고 말하면 당연히 PCB등 전기/전자관련 분야를 말한다.
아마도, 로봇의 설계 관련해서 기계공학 다른 전공하던 분들이 설계를 맡아하게 되면서 회로관련된 부분에 대해선 문외한인 경우가 많아 이렇게 선을 긋게 되는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하여, 결국 이곳에도 저곳에도 속하지 못한 전기/전자공학도들이 하드웨어라는 분야를 담당하는데, 그래도 전기전자 전공하신분이 업무를 맡으면 다행이지만, 나처럼 기계공학 전공자(?)가 짬처리 맡듯 받아버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좀더 세분화된 하드웨어
분야를 가른다는건 기술의 분류가 달라짐을 말하고, 전공의 내용이 달라지며, 이에 따라 사람이 갈린다고 봐야 한다. 나처럼 기계와 전기를 둘다 다루는 잡종도 있겠지만. 보통은 하나만 하는게 일반적이지 않나.
따라서, 하드웨어서 구조설계/제어설계 부분과 전기전자는 엄연히 갈라놓을 필요가 있다.
비릿한 쇠냄새(기계공학분야)가 나는가, 매케한 탄 냄새(전기회로분야)가 나는가에 따라 한번 구분해보자.
-
기계설계
1.1. 메커니즘 구조설계
1.2. 제어/동역학
1.3. 신뢰성 공학 -
회로설계
2.1. 전원 설계
2.2. 프로세서
2.3. 액츄에이터 드라이버
2.4. 센서
저렇게 구분은 해봤지만, 둘간의 협업의 대상이거나 역할이 애매한 부분도 존재한다.
가령, 전기 배선을 배치하는건 기계설계의 영역일까? 회로설계의 영역일까?
모터의 선정은 기계분야일까, 전기전자일까?
어떤 센서를 쓸지는 과연 하드웨어(기계+전자) 혼자만의 영역일까?
위와 같은 이유로, 이런 애매한 영역들을 넘나드는 전문가(라 말하고, 사실 짬처리 대상)가 필요할때가 많다.
그런 이유로 로보틱스는 참 공부할게 많은 분야다…….
그래서 하고싶은 말은
2008년부터, 2025년까지. 로봇공학 안밖에서 겪었던 회로 설계 경험담을 풀어보려 한다.
비록 전기전자 전공자가 아니어서 학술적으로 엄밀하거나 디테일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기계공학도가 전기전자를 배워가며 현업 굴러본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었다. “전기전자 1분 뚝딱” 같은 뚝딱이형 마인드로 설명해볼까 싶기도 하고. 희망사항이다.
그래서, 2-wheel 모바일 로봇 플랫폼을 만든다는 가정을 놓고, 내가 겪었던 설계의 과정을 천천히 복기해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보려 한다.
툴툴거리며 해보는 Tool 이야기
최근 취업시장을 보다보면, 점점 OrCAD 의 비중이 줄어듬을 느낀다.
과거 15년전만 하더라도 대부분 회로 설계를 하려면 처음 접하게 되는 툴이 OrCAD이었고, 자격증 실기시험에서도 OrCAD를 사용하기에 거의 업계 표준이 되다시피 했다. 중국 업체들과 협업을 한 적이 있는데, 중국업체들도 대부분 OrCAD를 사용하고 있었더랬다.
신기한건 보통 최신버전을 쓰진 않고, 어느정도 안정화가 된 구형 버전을 쓰곤 했는데, 최근 버전이 202x식으로 연도를 표기하는 형태로 바뀌었음에도, 중국의 설계팀은 17.2 버전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 특이했다. 이게 언제즈음 해서 2024 버전으로 바뀔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진 크랙버전이 난무하고 공짜뷰어를 쉽게 쓸수 있어서 한동안 17.4의 사용이 많지 않을까 싶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2010년즈음에도 있었는데, 14~15버전이 나왔었음에도 대부분 9.6이나 10.2버전을 많이 쓰곤 했었다. 이유도 비슷했던 기억이 든다.
사실 OrCAD가 좋은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IC제조업체에서 배포용 심벌이나 footprint 라이브러리를 만들면 제일 먼저 OrCAD용을 만들 정도로 범용적인데다, 회로 설계에서 아트웍설계까지 한 패키지로 되어있으며 (심지어 크랙버전도….) 설계한 회로에서 SPICE 시뮬레이션까지(PsPICE) 할 수 있는 제법 강력한 툴이지만,
이 모든 장점을 잡아먹는 단점은 바로 가격이 사악했다는 것.
이것도 억울하다면 억울할게, Altium이나 Allegro, PADS, Zuken 가격은 더욱 사악했지만, OrCAD가격이 사악하다고 느끼게 되는건 무수히 풀린 크랙버전(0원)에 비교당하는 신세여서 그랬다.
여담으로, 어떤 사이트에서 현재 널리 쓰이는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 툴 관련해서 랭킹을 매겨놓았더라. 심심풀이로 한번 보자. 이번에 적으면서 EDA의 약자에 Automation이 들어가있는걸 처음알았다. 뭐가 Automation인지 도통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은 알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노가다다.)
위의 글 저자는 OrCAD를 1등에 놓으면서, 설계부터 시뮬레이션까지, 그리고 확장성까지 완벽히 갖춘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업계표준, 대장의 위치를 십수년간 지켜오면서 쌓인 금자탑일게다.
밑의 Altium이나 PADS도 대기업이나 업력이 긴 업체에선 많이 쓰는데, 이런 툴의 특징은 회로 설계와 Artwork을 분화시켜, 더 전문적이고 설계의 오류를 줄이는데 심혈을 기울인 툴들이다. 내가 있던 회사는 Zuken을 썼는데, 94년도즈음부터 도입해서 쓰고있던지라, 툴을 바꿀수가 없었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이런 툴들은 설계의 오류를 줄이는데 집중되어있다. 대기업에서 십수년간 쌓은 노하우들을 묻혀서, 잘못된 Symbol, Footprint의 사용을 방지하고, 설계자와 리뷰어를 구분하며, 네트의 연결, DRC,BOM List, DFM을 점검하여 설계의 오류를 검출하는 것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BOM과 DFM이 이런 툴의 꽃이다. 이런걸 다 묶어서 PDM(Product Design Management)이라고도 한다.
2010년 중반즈음인가. 유튜브의 발전과, 점점 HW 설계하는 1인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지면서, 크랙버전을 가지고 영상을 만들던가 할 순 없으니 쓸만한 무료툴이 없나 찾아보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EagleCAD 라는게 먼저 주목을 받았는데, 무료임에도 깔끔한 인터페이스, 적은 오류(OrCAD가 알게모르게 오류가 많다.설게하다 머리채 쥐어잡던게 몇번 있었지)로 1인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다가, 무려 AutoCAD에 인수당하고선 유료/무료간 기능 너프를 당하면서 수면아래로 잠수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 나온 대안이 KiCAD였다.
이 말하려고 밑밥을 너무 길게 풀었구나…
다운로드는 여기서 하면 된다. https://www.kicad.org/
아무래도 무료인데다 쓸만한 툴이 나오니 학교에서도 KiCAD로 배워서 나오는 경우도 많아지고, 자연스레 스타트업이나 신생기업인 경우 KiCAD 로 시작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고 있다. 채용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OrCAD는 394건. KiCAD 는 36건. Zuken은 3건…..(아..) 아마 점점 KiCAD가 늘지않을까.
일단 다운받아 설치해보자. 생각보다 용량이 크니 주의하자. 그래도 용량 큰것 치고는 동작은 가볍고 빠릿빠릿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KiCAD 10.0 이 나왔지만, 굳이 무리해서 버전업을 할 필요는 없다.
KiCAD 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면, 오픈소스 툴답게 무료로 공개된 플러그인들이 제법 있는데다가, 필요하면 본인이 플러그인을 만들어서 쓸수도 있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다. 기본 언어는 파이썬으로 알고 있다.
회사 현업에서 쓰던 툴들과 비교해서 아직 KiCAD가 가야 할 길이 좀 많긴 하다. 특히 툴의 형태가 설계자에게 초점이 맞춰져있다보니, 회로의 설계 품질을 결정하는 부분(DRC, DFM, BOM)의 부분에선 조금 못미더운게 사실이다.
하지만, 회로설계 초심자가 제약없이 편하게 할 수 있는건 이만한 툴이 없긴 하다.
앞으로 시간이 쌓이면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견기업수준도 KiCAD를 쓰겠다는 업체가 제법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 한다. 적어도 이 툴로 공부하면, 다른 툴을 쓸때는 적응만 하면 된다.
그래서 결론.
공부할땐 KiCAD. 중소-중견기업이면 OrCAD. 대기업은 그 회사에서 쓰는 걸로.
댓글남기기